8장. 흔들림 앞의 담대함
나를 다시 교회로 이끈 건, 한 사람의 태도였다.
신앙이 나를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믿음을 가진 사람이 흔들림 없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나를 움직였다. 교회의 문을 다시 열게 된 이유는 설교나 찬송이 아니라, 삶 속에서 믿음을 실천하는 한 사람의 고요한 담대함이었다.
그 지인을 처음 만난 건 업무 자리에서였다. 깔끔한 말투와 단정한 자세, 남에게 무례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를 굳건히 지키는 분위기가 인상 깊었다. 평범해 보이지만, 무언가 다르다는 느낌이 처음부터 있었다. 그는 늘 조용히 일에 집중했고,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했다. 내겐 보기 드문 사람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된 건, 그가 신앙인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처음엔 그냥 그렇구나 싶었다. 요즘엔 종교를 가진 사람이 많고, 개인의 선택이라 여겼다. 그런데 일이 터졌다.
소문은 조용히 퍼졌다. 그 사람이 회사에서 자리를 내놓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 실적도 좋고 문제도 없었지만, 누군가 그 자리를 탐내고 있었다. 파벌이라 부를 만큼 노골적인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묘한 압박이 흘렀다. 내 자리도 아닌데도 나는 불편했다. 내가 다 떨리고 속상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흔들리지 않았다. 별 말도 하지 않았고, 누군가를 원망하지도 않았다. 어느 날,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요즘 많이 힘드시죠…?”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아주 조용히 말했다.
“하나님께서 다 알고 계시겠죠. 저는 그냥 주어진 일에 집중하려고요.”
그 순간 나는 멍해졌다. 아무도 모르는 마음속 고통을 믿음 하나로 견디는 사람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그 말은 어떤 위로보다 묵직했고, 그 태도는 설교보다 강력했다. 신앙은 말이 아니라 태도라는 걸, 처음으로 체험한 순간이었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교회에 가게 된 것이다. 물론 지인이 매일 정성을 들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어딘가 어색하고 형식적인 느낌에 멀리했던 신앙, 그 모든 기억들이 그 사람의 담대한 모습으로 뒤흔들렸다. 나는 궁금해졌다. 그가 가진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 평온의 뿌리는 무엇일까.
첫 예배에 앉아 있을 때도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찬송이 울릴 때도, 설교가 이어질 때도, 나는 그가 견디던 장면을 떠올리며 마음속으로 속삭였다.
“하나님, 저도 알고 싶어요. 그 담대함을.”
그리고 어느새 교회의 시간이 내게 위로가 되기 시작했다. 아직 확신은 없었지만, 뭔가를 배워가고 있다는 감각이 들었다.
며칠 후, 회사에서 다시 소문이 돌았다. 결국 그 사람은 자리를 지켰다는 말이었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하지만, 많은 것들이 일어난 시간이었다. 그는 자리를 고수했지만, 사람들은 태도를 기억했다. 그 누구도 그를 대놓고 무시할 수 없었고, 오히려 조용한 존중이 생겨났다.
나는 그를 마주쳐서 말했다.
“결국 자리에 남으셨네요. 정말 대단하세요.”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사람들이 어쩌면 저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하나님은 그걸 사용해서 제 믿음을 더 깊게 하셨어요. 그런 면에서는 감사해요.”
나는 말문이 막혔다. 세상 앞에서는 괴로운 일이지만, 믿음 안에서는 감사할 수 있다는 태도. 재벌 아버지를 등에 업은 것처럼 당당하다고 느꼈던 그 모습은, 실은 하나님을 의지한 자세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세상 일은 여전히 복잡하고, 나는 신앙에 있어 아직도 초보자다. 하지만 내 마음속엔 그 사람이 보여준 ‘믿음의 결’이 자리를 잡고 있다. 예배를 드릴 때마다, 누군가의 담대한 모습이 내 안에서 살아 숨 쉰다.
사람은 누구나 불안하다. 생업에서 밀려날까 걱정하고, 인정받지 못할까 두려워한다. 나 역시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지 모른다. 하지만 신앙은 그 불안 앞에서 조용히 말해준다.
“하나님의 계획 안에 네 자리도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몸소 살아낸 사람이 있었기에, 나는 그 믿음을 나의 믿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신앙은 때로 누군가의 무너지는 순간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그 순간을 흔들리지 않고 견디는 태도에서, 나는 삶의 방향을 배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