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사람 사이에서 피어나는 믿음
신앙이란 나와 하나님 사이에서만 맺어지는 조용한 약속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교회에 발을 들일 때도, 마음속에 들뜬 고백보다는 어색한 기도, 조심스러운 찬송, 낯선 설교가 먼저였다. 나는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를 정직하게 세우고 싶었고, 그 마음이면 충분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나는 조금씩 알게 되었다. 신앙은 단지 기도 안에서 자라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피어나는 것이란 걸. 함께 교회에 나가는 지인, 손을 맞잡고 예배에 참여하는 엄마, 주일학교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나는 신앙이란 관계 속에서 더 깊어지는 감정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교회는 작은 공동체였다. 함께 예배드리고, 서로의 이름을 기억하고, 안부를 묻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공간. 처음에는 그저 인사만 나누던 이들과, 점차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어느새 고민을 털어놓게 되었다. 기도의 자리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말을 듣고 이해하는 그 과정 속에서 내 믿음은 서서히 단단해졌다.
어느 날, 교회 식당에서 만난 권사님이 내게 조용히 물었다.
“요즘 얼굴이 조금 어두워요. 무슨 일 있어요?”
그 말에 나는 멈칫했다. 그런 질문을 받을 줄은 몰랐고, 그런 관심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날 나는 처음으로 내 속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 집안 문제, 생업의 피로, 예배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마음까지.
권사님은 말없이 들어주셨고, 마지막에 아주 짧게 말했다.
“사람은 다 흔들려요. 신앙은 그 흔들림 속에서도 함께 있는 거예요.”
그 한 마디는 설교보다 깊게 남았다. 신앙은 완벽함을 향해 걷는 길이 아니라, 불완전한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를 끌어안는 길이었다.
또 한 사람은 내가 교회에 처음 나가게 만든 지인이었다. 그분과의 관계는 나에게 ‘신앙의 씨앗은 권유가 아니라 따뜻한 동행’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함께 예배를 드리며 나눈 짧은 인사, 찬송 중에 흘린 눈물, 교회 마당에서 마셨던 조심스러운 차 한 잔. 모든 순간이 그 자체로 믿음의 시간이었다.
그 지인이 어느 날 내게 말했다.
“신앙은 언니 혼자 만들지 않아요. 우리 같이 만들어가요.”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머물렀다. 믿음이란 혼자 짊어지는 무게가 아니라 함께 나누는 일상이라는 것을, 나는 그를 통해 배우고 있었다.
사람을 통해 받은 사랑은 곧 하나님께 받은 은혜처럼 느껴졌다. 교회에서 누군가의 기도로 위로받고, 나의 말에 누군가 눈시울을 붉히고, 힘들었던 날 누군가가 조용히 문자를 보내오는 모든 일들은 기도보다 깊은 은혜였다.
그리고 엄마. 예배당에서 나란히 앉아 눈을 감고 조용히 기도하는 엄마의 모습은 나에게 가장 큰 신앙의 거울이 되었다. 세월을 지나 다시 교회에 나선 그녀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존재 그 자체가 나에게 묵묵한 믿음의 교훈이었다.
엄마는 특별한 성경 구절을 인용하지 않는다. 대신 내가 힘들다고 말할 때, 조용히 말했다.
“그래도 살아보자. 하나님이 다 보고 계시지.”
그 단순한 말이 내 마음속 믿음을 흔들었다. 신앙은 정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함께 살아내는 것이라는 걸 나는 엄마를 통해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교회에서 혼자가 아니다. 손을 잡아주는 사람들, 나를 기도 속에 넣어주는 사람들, 예배를 함께 들어주는 모든 얼굴들이 나의 믿음 속에 함께 있다. 그들 사이에서 나는 다시 기도하게 되고, 다시 예배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신앙은 사람을 통해 자란다. 가르침보다 따뜻함으로, 말보다 손길로, 설교보다 눈빛으로. 그렇게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믿음을 배우고 있다. 때로는 서운하고, 때로는 오해도 있지만, 그 모든 감정까지도 신앙의 일부라고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나는 조금 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내 믿음은 하나님께 있지만, 그 믿음을 가꾼 건 사람들입니다.”
신앙은 혼자서는 키우지 못한다. 함께 울고 웃는 사람들 사이, 서로의 무게를 덜어주는 관계 안에서 자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교회에 간다. 사람과 함께, 하나님과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