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잇기

3장. 속삭임의 시작

크썬 2025. 7. 4.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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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도를 몰랐다. 아니, 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릴 적 교회 다니던 친구가 밥 먹기 전 두 손을 모으던 장면, 드라마 속 주인공이 절망의 끝에서 하늘을 향해 외치던 모습, 혹은 성당 앞에서 촛불을 켜고 조용히 눈을 감던 사람들. 기도는 늘 멀고 경건하고, 어딘가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위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고, 처음으로 진지하게 기도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마음이 어색했다. “그냥 생각하는 걸 말하면 되어요.” 교회 자매님이 그렇게 말해주었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무언가 거창하고 근사해야 할 것 같았다. 조용한 예배당의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서야 알게 되었다. 기도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나의 내면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일이었다.

 

그날 나는 내 안의 말들을 처음으로 꺼냈다. 아주 조용히, 마치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하나님,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내 첫 기도는, 어쩌면 하나의 고백이었다. 나는 믿음이 약하고, 확신이 없고, 때로는 의심도 많지만,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다고.

 

기도는 점점 내 일상 속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아침 출근길 버스 창가에서, 시장에서 야채를 고르다 말고, 잠들기 전 고요한 밤 이불 속에서.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마음이 자연스럽게 말하고 있었다.

 

오늘 하루 무사히 지나서 감사해요.”

왜 이렇게 힘이 들까요.”

이 선택이 맞는 걸까요.”

 

한 줄, 두 줄. 짧은 기도는 점점 내 삶의 리듬이 되었다.

 

어느 날엔 울컥한 기도를 한 적도 있다.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불안과 슬픔이 마음을 덮었을 때,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속삭였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말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위로가 되었다. 어떤 대답이 들려온 것도 아니고, 갑자기 상황이 바뀐 것도 아니었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감정을 처음으로 느꼈다.

 

기도는 응답을 받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안다. 오히려 내 마음을 정리하고, 나 자신을 바라보며,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천천히 마주하는 시간이다. 그것이 곧 신앙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 안의 고요가 깨어나고 있었다.

 

누군가 기도가 뭐예요?”라고 묻는다면, 이제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기도는 내 마음의 작은 방에 불을 켜는 일이에요. 누구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그 방 안에서 나는 조금씩 나를 사랑하고 이해하게 돼요.”

 

믿음은 아직도 매일 낯설고, 기도도 때론 막막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속삭인다.

 

하나님, 오늘도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성가대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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